우리들의 이야기

14-09-16 16:04

22년만의 외출

홈지기
댓글 1

22년만의 외출

 

평안밀알장애인지원센터 김진숙 간사

 

내 주된업무는 중증장애인활동보조코디다.

장애1급-2급 재가장애인에게 신체활동, 가사활동, 사회활동 등을 도와주는 활동보조인을 파견하는 일이다.

활동보조사업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중증인 분들이셔서 혼자서는 통학이나. 출퇴근, 가정내 생활을 할 수 없어서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분들이다. 대상자들은 장애가 된 원인도 유형도 사연도 다양한데 오늘 특별히 소개해 드리고 싶은 분이 있다.

현재 37세 여자인 윤○○씨는 아버지가 휠체어 장애인이셔서 어머니는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었다.

 

윤○○씨가 15세 되던 해 겨울 심부름으로 전기세, 전화비등 공공요금을 납부하고 돌아오던 길에 어떤 아저씨가 길을 물어 가르쳐드리려고 손짓을 하며 몸을 돌리다가 칼에 찔려서 목아래 마비로 장애를 갖게되었다. 묻지마범죄의 피해자로 인생이 바뀌었다. 그뒤 3여년의 병원생활후에 집으로 돌아가 집에서만 생활하게 되었다. 가족들의 도움을 받으면 생활하던 중 장애인활동보조사업이 시작된 2007년 활동보조인을 파견받아 가족의 짐이 조금 내려졌다.

병원외의 외출은 꿈도 못꾸고 어둡고 비좁은 방안에서 오랜세월을 지내는 분이다.

 

‘추석나눔 애슐리’ 행사때 외출이 힘든 분들을 대상자로 한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이분을 떠올렸다. 윤○○씨에게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동행하자고 하니 처음엔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허락을 하셨다. 윤○○씨의 허락이 떨어지자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이동수단을 생각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 끝에- 윤○○씨는 휠체어에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드므로-침대형휠체어를 권해드렸더니 엄마와 상의 끝에 침대형휠체어를 구입하셨다.

 

드디어 행사 당일,

윤○○씨는 커다란 챙모자를 멋지게 쓰고 회색 티셔츠에 침대형휠체어를 타고 조금은 쑥스러운 듯 나타나셨다. 내가 기분을 묻자 배시시 웃기만 하셨다. 표정을 보니 좋아보이셨다.

이것저것 음식을 갖다드리자 생전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며 조심스럽지만 맛나게 드셨다.

스파게티, 고구마 그라탕, 중국국수, 열대과일 등.... 이름을 다 열거할 수 없지만 조금씩 맛보시면서 무척 흡족해 하셨다.

얼린 망고를 끝으로 22년만의 첫 외식을 마쳤다.

돌아가실 때 작은 추석선물도 드렸더니 작은소리로 고맙다며 답례인사를 하셨다. 며칠 뒤 집으로 찾아뵙자 황홀한 첫 외출에 대한 소감을 묻기도 전에 재잘거리며 좋았다고 하셨다. 또한 수고하신 평안밀알 간사님들께 고맙다는 인사도 하셨다.

몇시간의 짧은 외출이고,,,,, 혼자가 아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치러진 거사(?)였지만 웃으며 즐거워하시는 윤○○씨를 보자 나도 좋았다.

평안밀알의 사역들이 때론 힘들고 지칠때도 있지만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위로와 웃음을 줄 때 보람을 느낀다.

돌아오는 길 윤○○씨의 어머니께서 밭에서 금방 따온 열무로 담금 겉절이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고왔다.

 

 

  • 홈지기 14-09-16 16:05
    자매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또한 옆에서 도움을 주신 간사님께 감사드립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일기에 함께 외출의 왕 기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