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목사의편지

22-03-31 22:59

희망을 노래하는 잔인한 달 4월

한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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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노래하는 잔인한 달 4

 

 평안밀알선교단/복지재단 한덕진목사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섞으며, 봄비로 생기 없는 뿌리를 깨운다.’(T.S. 엘리엇의 황무지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엘리엇이라는 시인의 등장 이후로 4월은 잔인한 달로 불러왔다. 그가 살았던 1900년대 초반의 세상과 우리가 살고 있는 2000년대 초반의 세상은 전쟁과 전염병 등의 이유들로 황무지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4월이 잔인하게 보이는 이유는 4월의 특별함이라기보다는 반복되는 역사와 인간의 삶 속에 개선되지 않고 있는 삶의 생명력의 부족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깊이 해보게 된다. 공교롭게도 교회의 가장 대표적인 절기인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일도 4월에 위치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정말 4월은 가장 절망적인 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4월은 절망의 극단이었기에, 극단적인 희망도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신앙적인 면에서 십자가에서 처참하게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온 세상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언하는 부활절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부조리와 악함으로 가득 찬 세상은 생명을 죽이지만 생명으로 가득찬 하나님은 세상에 가득찬 부조리와 악함을 딛고 일어나 생명이라는 꽃을 부활이라는 이름으로 피우신다. 성경에서 천사가 언급한 여기 계시지 않고 살아나셨느니라라는 선포는 부조리와 악으로 물든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해방의 선포였다. 아무리 강력한 악이 있을 지라도 결코 악이 이기지 못하는 세상이 찾아왔음을 온 세상의 사람들에게 명시적으로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 부활사건인 것이다.

주제를 좀 바꿔서 우리나라의 부조리와 사회적 악에 의한 피해를 가장 많이 보고 살던 사람들을 중에 대표적인 계층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장애인들일 것이다. 장애인들은 우리나라 역사 가운데에서 단 한 번도 주체로서의 삶을 살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없는 것같은 존재로 대접받았고, 보호와 복지, 교육과 직장에서 소외되었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을 향한 편견과 낙인은 그들을 심지어 더럽거나 두려운 존재들로 만들어 버렸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 시간 동안 장애인들은 거의 단 한 번도 인격적인 대접을 받은 경험이 전무하고, 세상 속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거나,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보통의 삶을 누리는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살아왔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된 이유는 사회가 가지는 편견과 부조리가 그들의 삶을 어둡도록 방치해뒀기 때문일 것이다. 비유적으로 이 역사 가운데에서 살아가고 있는 보통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어두운 4월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장애인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420일은 우리나라가 정한 장애인의 날이다. 내가 바라는 420일은 모든 장애인들이 세상의 저주같은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고 삶을 향한 희망과 기대가 꽃피는 날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쩌면 장애에 관련된 사람들의 삶은 단 번에 개선되거나 혁명적으로 좋아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과 성도들이 420일이 장애인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하는 날들로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그들의 삶에 희망이라는 빛이 비춰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 번에 세상을 바꾸고 싶지만 한 번에 바뀌는 세상은 없다. 그래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미래에 대한 희망를 지금 여기에서 포기하고 만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에서 희망을 포기하면 그 어떤 미래에서 희망이라는 열매는 맺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일의 가상적인 절망보다 오늘의 희망으로 내일을 밝히겠다는 스피노자의 명언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것이다.’라는 말을 마음에 담아본다.

그래서 2022년의 4월은 여전히 절망스러운 삶의 현실과 내일을 생각할 수 없는 우울함을 사는 것처럼 보인은 장애인들을 향하여 신체적인 장애가 불행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선언하는 행동과 봉사들을 한 번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가장 어두운 이 순간에도 사망의 권세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처럼 어두움의 노예가 아닌 사랑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으로 여전히 살아가시는 모든 후원자와 봉사자님들이 되시기를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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