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목사의편지

22-01-22 23:05

작은 발버둥

한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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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발버둥

 

한덕진목사(평안밀알선교단/복지재단 대표)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읽었던 성경구절 한 구절 때문에 꽤 오랜 시간동안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질문하는 것이 있다. 이 질문의 내용은 표현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핵심적으로 나는 여전히 처음의 나 그대로인가?’라는 것이다. 이 말을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삶의 변화를 표현하는 나는 두 가지의 단어-‘변질성숙중에서 어떤 단어를 선택한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있었던 젊은 시절이 지나가고 나이를 먹으면 외모가 바뀌는 것처럼 생각도 바뀌고, 경험의 폭도 넓어지고, 사회적인 책임과 삶의 현장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어떤 변화들은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성숙시켜서 보다 나은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도록 변화시키지만 어떤 변화들은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긴 하는데 보다 부정적인 모습으로 변화시켜서 그 사람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변질이라고 표현한다.

한창 목회를 고민하던 시절에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할 때, 하나님은 나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보게 하셨다. 그리고는 어떤 능력도 없는 나에게 주님을 따라 살 수 있는 길은 예수님께서 사셨던 삶의 모습의 한 조각이라도 담으면서 사역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셨다. 참 감사하게도 나에게 그 한 조각의 단편이 장애인 선교였다.

그 당시부터 참 신기한 것은 보통의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분들을 힘들어하고 어색해하거나 때로는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곤 했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 이상하게도 하나님은 나에게 장애인들 장애인이 아닌, 아니 그들을 세상이 보는 관점에서 불쌍하게도 여기지 않는 마음을 주셨다. 그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들, 단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내 무의식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나는 장애인들을 향한 섬김의 일들을 하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었고, 그 덕분에 하나님은 나를 지금까지 꽤 오랜 시간동안 그분들과 함께 해오는 삶을 살아오게 하셨다.

이렇게 살아오는 나의 삶이 참 고맙고 감사한 삶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근본적인 고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몸으로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을 최고로 여기면서 살아왔었는데 밀알을 돌보는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시간에 쫓기게 되면서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자꾸 줄어드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바로 이런 시절에 내가 기도하던 중에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다. 나는 변질이냐 아니면 성숙이냐?’라는 음성을 들어면서 내가 나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 고민을 나의 삶에 실천하기 위해서 몇 가지 작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 결심은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나에게는 참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이 결심은 내가 사역(근무)하는 시간이 아닌 시간에 장애 가족들을 만나서 사적인 교제를 가지고 섬기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몇 번이라도 평안밀알이라는 사역의 공간이 아닌 사적인 공간에서 장애인을 따로 만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나의 영역에서 사적으로 장애인을 섬길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기도하다가 주말에 교회에 가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교회를 설립하는 것이 목회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섬김이라는 응답을 얻었다.

나는 나에게 인간적인 보상이 뒷받침되지 않지만 여전히 변함없이 나의 삶의 영역에서 장애인들을 섬기고 있다면 나의 삶이 변질이 아닌 성숙의 길을 걷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매 주일마다 장애인과 장애아동들을 만나고 있다. 덕분에 보통의 교회처럼 대단히 조용하고 거룩하게는 아니어도 매주 마다 아름다운 공동체로 나름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어느 순간 나를 돌아보는 날이 돌아올 때 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여전히 그 길을 잘 가고 있는가?’라고 말이다. 하나님 앞에서 나의 인생의 엄청난 삶은 아니어도 하나님께서 나 스스로를 지켜주시기를 구하는 나의 작은 발버둥이 나의 처음 마음을 지키는 것이라는 것이 나의 미음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자기가 변한 것처럼 느껴지는 그 순간에 스스로를 향해서 나는 성숙하고 있는가? 아니면 변질되고 있는가?’라고 자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가 율법의 더 중한 바 정의와 긍휼과 믿음은 버렸도다(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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