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목사의편지

20-08-08 18:33

6살짜리 대전밀알을 만나다.

한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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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achment
첨부파일 DATE : 2020-08-08 18:33:28

(대전밀알선교단 30주년을 축하하는 글입니다)

 

나는 1996년에 여섯 살짜리 대전밀알선교단 만났습니다. 그 당시 신학생이었던 나는 장애인선교동아리를 통해서 대전지역의 특수학교에서 장애아동을 위한 주말 봉사를 매주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 해에 대전지역의 장애인을 위한 눈썰매 캠프에 봉사자로 참여했었던 것이 인연이 되어서 대전밀알에서 장애인을 섬기는 사역에 초대 받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만큼 지난 후 알게 된 사실인데 내가 그 자리를 제안 받은 첫 번째 사람이 아니라 두세 번째 정도의 후보로서 그 자리에 초청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족하기만 한 나에게 대전밀알을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놀라운 하나님의 섭리였습니다. 만약 내 앞의 사람들이 먼저 헌신했으면 나한테는 차례도 돌아오지 않았을 텐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그들이 함께 할 수 없었기에 부족한 사람에게도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나는 이 사건 덕분에 대전밀알을 거쳐서 지금의 평안밀알선교단까지 밀알에서만 쉼 없이 25년간의 사역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젊은 시절 장애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느끼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은 낮은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을 섬기는 것이라고 믿었지만 대전밀알에 부르심을 받기 전에는 그 부르심의 자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1996년부터 4년 조금 안되는 기단동안의 사역을 통해서 장애인들의 삶의 현장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장애인 가정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일회용 기저귀를 빨아서 써야하는 삶을 살았고, 어떤 가정에는 집 앞으로 차가 들어갈 수 없어서 수 많는 계단을 밟고 올라가서 수십미터를 업고 내려와야만 하는 집에 살았고, 또 어떤 친구는 평생을 누워서 살아야 하는데 손가락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도 행복해 했습니다. 다른 친구는 한 번 외출을 위해서 두 세 시간을 한 곳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떤 장애인 부부는 부부의 탄생과 임신의 소식을 기뻐할 틈도 없이 유전 때문에 낙태를 해야 하는 슬픈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평생에 한 번만 걸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원을 가진 친구, 수술의 기적을 체험해서 실제로 걷게 된 형제님, 살아야하기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 노점상을 하면서 단속을 피해 다니느라 고생 고생하는 집사님, 그리고 말로 할 수 없는 가족들을 대전에서 만났습니다.

대전밀알 덕분에 비로소 나는 장애라는 것이 단지 개념이 아닌 삶으로 다가왔을 때에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사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소명이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삶을 함께하는 실제를 사는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대전에서의 짧은 경험을 통해서 조금 더 어려운 장애인들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인 경기도 평택과 안성이라는 곳으로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곳에서 대전에서 보여주신 장애인의 비전을 가지고 21년이라는 시간을 하루같이 감사함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돌아보는 지난 25년전의 추억을 짧은 글로 기록하면서 내가 전하고 싶은 한 마디의 말은 이것입니다.

 

하나님 여섯 살 대전밀알을 통해서 내게 하신 일을 온 땅의 사람들에게도 하소서!’

지난 30년의 길을 헌신하신 대전밀알 여광조목사님과 사역자 여러분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참 감사를 드립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인자가 영광을 얻을 때가 왔도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12:23,24)

 

경기도 평택에서 작은 자를 섬기는 한덕진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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