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목사의편지

17-10-22 17:34

누구에겐가 잠간 필요한 때를 채우는 삶이면 좋겠다.

한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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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achment
첨부파일 DATE : 2017-10-22 17:34:35

누구에겐가 잠간 필요한 때를 채우는 삶이면 좋겠다.

 

밀알에서 아주 오랬동안 함께 지냈던 한 형제님을 그렇게도 만나고 싶었었는데 만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 이맘 때 즈음에 시간이 맞아서 사시는 곳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오랜만의 방문인지라 한 손에는 음료수를 사들고 미얀한 마음을 잔뜩 품고 형제가 살고 있는 집, 그의 방으로 들어서서 그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형제님을 만나는 순간 자기의 눈가에 갑자기 눈물이 가득차서 글썽이더니 이내 통곡을 하듯이 울면서 나의 손을 잡고 맞이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궁금했지만 금방 그 이유을 묻기가 그래서 그냥 함께 손을 잡고 한 참을 있었다.

사실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상황이 파악됐는데 사실 이 형제님은 장애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스스로 혼자 살아 갈 수 있었는데 이제 장애가 더 심해져서 더 이상은 혼자 살아가기가 어려워 노인 요양시설에 입소를 했기 때문이었다. 나이로는 젊은데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함께 생활하는 요양원에 입소를 해서 생활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었다. 젊은 나이에 요양원에 들어와 치매에다가 연세 드시고 중증이신 분들과 생활하면서 적응이 되지 않아서 무척이나 힘들었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워커를 사용하긴 했지만 자기가 필요하면 언제나 어디든지 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한 곳에 같혀 있어야만 했고, 자신이 원해도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어디도 갈 수 없는 그런 신세가 되 버렸던 것이다. 거기에다가 연세드신 분들의 신변처리과정에서 나오는 냄새에 적응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요양원을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있는 선택권이 없었다. 신체의 자유를 상실한 사람의 모습은 자기 스스로를 얼마나 초라한 인간으로 느껴지게 할까? 어떤 고상한 사람들은 지적인 자유와 사색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할 수 있지만, 어떤 극단의 사람들은 이런 자유보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곳을 스스로 갈 수 있는 자유가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가족과 살고 싶은 그런 소박한 것들이 그에게는 그렇게도 귀한 것이 되버렸던 것이다.

얼마 전에 이렇게 그를 만난 이후 1년이 더 지난 지금 그를 다시 찾아가서 만났다. 그런데 이번엔 그가 울지 않는다. 그리고 밝은 미소로 환영해준다. 그래서 물었다. 그 동안 잘 지냈는지. 사랑하는 형제가 하는 말이 이제는 잘 지낸단다. 좋은 친구도 만나고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서 그렇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지금 돌아보니 이 형제님에게는 늘 사랑이 필요했지만 사실 2년전 그 때가 가장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때였던 것 같다.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도움이 필요할 때 그 마음을 알아주고 찾아와 주는 사람, 또 잠간이지만 그 마음을 보듬어 줄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나그네 일지라도 그렇게 위로가 되는 가보다 싶다.

벌써 2017년이 다 지나가 버렸다. 교회들은 조금 있으면 한 해의 수확과 주신 축복을 기뻐하는 추수감사주일을 맞이한다. 우리의 삶에 수확을 기뻐하는 계절인 가을의 끝자락에서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나는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따듯한 사람이 되었었는가?’ ‘세상에서 드러나는 많은 열매보다 더 귀한 사랑의 열매를 맺고 있는가?’라고 생각해본다. 잠시 만난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잠시라도 따듯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누군가의 가장 어려운 시간을 챙기는 사랑을 하면서 살면 나는 얼마나 행복할 까?

가을에 맺은 탐스런 사과와 배와 포도, 범과 같은 열매를 보면서 나는 하나님 앞에서 내 인생에 얼마나 탐스러운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못된 열매 맺는 좋은 나무가 없고 또 좋은 열매 맺는 못된 나무가 없느니라 나무는 각각 그 열매로 아나니 가시나무에서 무화과를, 또는 찔레에서 포도를 따지 못하느니라 선한 사람은 마음에 쌓은 선에서 선을 내고 악한 자는 그 쌓은 악에서 악을 내나니 이는 마음에 가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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