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목사의편지

17-02-21 23:01

희망이라는 꽃에 담긴 고독이라는 십자가

한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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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achment
첨부파일 DATE : 2017-02-21 23:01:32

희망이라는 꽃에 담긴 고독이라는 십자가

한덕진목사

 

미국에서의 2년이라는 시간을 지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귀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난 2년의 시간에 대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보다 그저 다른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기억할 수 없는 곳인 선교지를 들러서 들어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교지를 들러 돌아오는 것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판단에서 였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남아공과 잠비아를 들러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 편을 선택했다.

남아공에서도 잠비아에서도 선교사님과 함께 돌아본 곳은 그렇게 유쾌한 곳들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선교사님들이 들어가서 사역하는 지역은 그렇게 살기 좋은 지역은 없기 때문이다. 남아공의 흑인 지역은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고, 가난이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장애라는 이중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돌봐야하는 곳이었다. 또 잠비아의 그곳은 더욱 심해서 황토로 된 땅에 수목이 무성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흡사 한국의 60년 전 시골의 모습보다도 더 빈곤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았다. 장애인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가슴에 품은 삶을 살아 온 시간도 꽤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낮은 곳을 향하는 주님의 마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랑이 흘러야 할 곳이 있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어린 시절 내가 가르쳤던 제자가 잠비아에서 선교사가 되어있었다. 그녀와 함께 원주민들이 사는 부시(시골)에 들어가는 날에는 비가 왔다. 그래서 사륜구동차를 차를 타고 동네를 들어갈 때 원주민 아이들이...선교사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을 보니 흡사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오지가 여기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오지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찾아내어 후원자들을 연결해주기 위해서 열심히 일한 결과는 지나는 동네 어린아이들의 환호성 섞인 외침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교회를 돕는 것과 마을을 돕는 것, 가난한 아이들을 찾아 돕는 것, 그리고 나 때문에 장애아동들을 유심이 보아왔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감동이었다. 지난 4년 동안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된 환경에서 흑인 마을들을 찾아가서 그들과 친한 친구가 된 노처녀 선교사는 참 멋진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솟아나는 희망을 나의 제자를 통해서 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사역의 현장에서 나는 나의 제자였던 이 멋진 선교사의 또 다른 면을 보면서 마음이 아려지는 것을 느낀다. 20대의 청춘이었던 그녀는 어느덧 40대가 된 여성 싱글선교사가 되었다. 자신이 사는 도시에는 한국인들은 4가정 정도 산다고 하는데 모두 선교사라고 한다. 다들 결혼을 했고 가정을 꾸리고 있어서 어울리고 싶어도 함께 어울리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설사 어울린다 하더라도 거리가 떨어져 있으니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녀가 사는 곳은 그곳 잠비아 사람들이 공부하는 신학교 건물의 한 칸 방이었다. 한인 하나도 없는 곳에서 여성 혼자서 그곳 흑인들 사이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지난 4년간의 선교지 생활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공식 방문한 사람이 목사님입니다. 사정상 지난 3년 간 교단의 선교학 교수님도, 다른 어떤 손님들도 오시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목사님이 오시니깐 너무나도 좋습니다. 목사님이 오셔서 너무 너무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한국에 가지 마시고 그냥 여기 있으시면 안되나요?’ 함께한 닷새 동안의 시간동안 그녀에게 들은 수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절절한 외로움을 가슴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 친구는 왜 이렇게 고문과 같은 외로운 시간을 견디고 있을까? 내 스스로 물었다. 그녀가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자신을 보내신 하나님의 뜻을 알고 있기에 그 외로움으로 자신의 십자가 삼아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생명과 희망을 선물해주고 있는 것이다. 잠비아라는 나라에 심은 사랑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고독과 외로움의 대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함께한 5일 간의 시간을 통해 하나님은 나에게 말씀하신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희망은 누군가가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희생의 대가라는 것을 말이다. 여시서 장애인을 섬기든지, 다른 곳에서 환자를 돌보든지, 가난한 사람의 친구가 되든지 만약 그곳에 희망이라는 꽃과 생명이라는 나무가 나거든 거기에는 반드시 누군가가 지고가는 고독이라는 십자가가 있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보면 좋은 밤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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