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목사의편지

14-05-19 23:47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한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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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이 때 생명을 위해서 뛰어나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배 밖으로 뛰어나갔고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생명을 위해서 배 안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배 밖으로 뛰어나간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생명들을 물 속에 남겨 두었습니다. 그들은 살았지만 산 사람들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침몰해가는 세월호 안에 있는 모든 승객들을 구조할 의무가 있는 승무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뒷전에 두고 자신들의 생명을 살렸기에 아마도 자신들이 살아있는 평생 동안 산 사람으로서의 인간다운 삶은 결코 살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살았으나 살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위해 배 안으로 달려 들어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 분들은 선생님들이셨고 그들은 물 속에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살았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이들의 죽음을 막고 그들을 살려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죽은 사람들이 그들의 가슴에서 살았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서 살아 있습니다.
일들 항해사는 탈출하다가 자신이 두고 온 휴대폰을 구하려 자신의 선실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 선실을 지나오면서 죽음 앞에 있는 많은 학생들을 지나쳐 왔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 학생들에게 대피하라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나오면 자신이 탈출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살기 위해서 다른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외면해 버린 것입니다. 참 나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로 달려 들어간 선생님은 탈출구가 있는 5층에서 탈출할 수 없는 4층으로 3층으로 달려 들어갔습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배 아래로 들어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배 아래로 아래로 갔습니다. 그리고 한 아이 한 학생씩을 구조했습니다. 자신들을 아래로 아래로 들어갔지만 죽음 앞에 있는 아이들은 배 위로 배 위로 뛰어 올라와 살았습니다.
세월호의 사건은 모든 사람들에게 아주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 아픔을 겪게한 사람들과 지도자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모습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버렸습니다.
세상 앞에 발가벗겨진 어른들의 세상, 모든 것을 다 책임질 것이라고 외지던 지도자들의 위선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들의 안전이라고는 생각하지도 않는 무책임까지 다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라는 사람역시 또 다른 세월호의 선장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책임지고 그들에게 행복을 약속해주는 것처럼 살고 있지만 역시 또 다른 위선이라는 탈을 쓰고 있는 한 사람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래서 참 죄송합니다. 참 미얀합니다.
밀알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들을 정말로 사랑하고 섬기겠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나만을 위해서, 우리만을 위해서 살아온 인생을 회개합니다.
앞으로 밀알의 공동체는 높은 곳을 향하여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세상의 사람들이 낮은 곳을 향하여 함께 내겨갈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좀 더 지난 후에는 진정한 약자들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사람들이 있었노라는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회자될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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