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목사의편지

11-08-18 01:17

좋은 사람이 있으면 행복도 있습니다.

한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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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7월 달에 하나비전교회에서 추관 하는 독일의 장애인복지시설 비전트립에 참가를 했습니다. 2주간의 부담스러운 일정이었지만 선진국의 어떤 복지기관의 지원과 장애인복지를 배우고 싶은 소망은 어느새 나를 독일이라는 낮 설은 나라로 이끌어 가고 있었습니다.
사실 독일을 방문하기 전에는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도 수준급이라는 생각이 어느정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독일 북서부 지방의 게셔라는 시골 지역에 있는 장애인공동체-규모는 매우 큰 시설- 속의 장애아동 유치원과 생활시설, 그리고 직업재활시설을 방문하고 실습하는 순간, 나의 모든 생각이 얼마나 교만한 것이었는가를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유치원에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장애아동을 위한 보조기구를 보는 순간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로 스티븐 호킹 박사나 쓸 법한 눈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컴퓨터와 모니터를 유치원의 어린아이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미 그 아이는 이 기기를 너무나도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생활시설 속에서의 장애인들의 삶은 더욱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생활인들과의 이야기를 매우 짧은 시간 나누었지만 생활인들의 방을 방문하여 살펴본 순간 모든 방문자들의 입에서 ‘와~~’라는 탄성이 나올만큼 한국의 장애인 시설의 방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습니다. 직업이 없는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보호작업장에서는 하루에 30분 밖에 일할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고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일할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들일지라도 일할 능력이 없으면 장애인의 근로에 대한 희망여부와 관계없이 일하면 안되는 현실과는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의 뛰어남을 뒤로하고서라도 독일의 뛰어난 복지 발전에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 일행을 위해서 기꺼이 기쁨으로 일주일간의 휴가를 내서 우리를 섬겨주었고, 이 사람들이 바로 장애인 시설에서 장애인들과 철처하게 대화하고 의사를 소통하며 장애인으로서가 아닌 친구와 이웃으로서, 그리고 조언자로서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장애인을 자신들이 도와야 할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고 그저 삶을 함께하는 사람들로 인식하고 그들과 일반적인 삶의 자리까지 기꺼이 잘 섞이는 모습은 아주 배울만한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시설과 정부와의 신뢰할만한 관계와 재정적 지원이 놀라웠습니다. 시설은 규정에 따라서 정부에 운영비를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국가에서는 재정에 대해서 감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설은 국가를 속이고 국가는 시설을 믿지 못해서 비리가 발생할까봐 상시 감시하고 숨기는 일들이 비일비재한데 독일에서는 이런 우리나라의 현실을 창피해서 말할 수도 없는 나의 모습이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세 번째는 독일의 장애인복지가 발전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히틀러와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2차 대전 당시 히틀러는 유대인 학살의 만행을 저지르는 동시에 장애인들도 학살의 대상으로 삼았었다고 합니다. 당시 많은 장애인들이 학살당했고, 전쟁이 끝난 이후 장애인들이 치른 희생의 댓가는 독일 정부에서 장애인에 대한 복지 정잭으로 발전되었다고 합니다.
 
나는 이번 독일 비전트립을 다녀오면서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선진국의 복지는 국가의 재정적 지원과 복지정책 만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 존중에 대한 자세는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었던 장애인 존중과 섬김에 대한 자세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경제가 어렵고 복지시설의 운영이 어려울지라도 좋은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견딜 수 있습니다. 도망가고 싶을 정도의 열악한 환경일지라도 좋은 동료가 있으면 즐거워할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람이 있는 곳, 좋은 이웃이 있는 곳, 순수함이 있어서 장애인들이 정말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우리 사회라면 우리는 얼마 되지 않아서 장애인들을 위한 정책도 부족한 예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오늘 밀알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사역하는 것을 감사하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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