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목사의편지

11-01-18 15:47

구정물도 마중물이 되는 축복

한덕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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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린 시절 동심의 시기에 우물물을 두레박으로 떠올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우물에서 물동이를 이고 나르던 것은 아낙네들에게는 무척이나 힘들고 고된 일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서 우리 시골동네에는 우물이 사라져가고 우물을 대신해서 수동식 펌프가 많이 설치되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물동이를 이고 마을의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 와야 했지만 이제는 집에 땅 속 물길을 찾아서 펌프질만하면 원하는 만큼의 물을 언제든지 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 편리한 세상이 온 것입니다. 이렇게 편리한 세상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손으로 하는 펌프도 너무 힘드니 전기로 작동하는 모터 펌프가 나오게 됐고, 또 얼만 지나서는 전기 자동펌프가 나와서 모든 사람들이 수고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시원한 물을 마시게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편리한 세상을 살게 된 것입니다.
과거 수동식 펌프와 전기식 펌프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물을 기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중물’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중물’이 없으면 아무리 지하 깊은 곳에 많은 물이 있고, 펌프가 아무리 고성능리라고 해도 결코 물을 퍼 올릴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마중물은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밭에 물을 대기 위해서 모터 펌프의 전원 스위치를 꼽았는데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날 뿐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상해서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더니 아버지가 함께 오셔서 전기 모터 옆에 있는 물병에서 물을 꺼내셨습니다. 그리고 모터의 뚜껑을 열고 물을 부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모터에서 물이 꽐꽐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제야 그것이 마중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힘센 모터도 마중물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제 밀알의 장애 단원들과의 겨울 캠프 찬양콘서트에서 한 전도사님의 메시지를 들으면서 ‘마중물’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을 깨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마중물’이 반드시 깨끗한 물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혹 그 물이 구정물과 같이 더러운 물일지라고 그 물은 너무나도 귀한 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 더러운 물이 펌프에 들어가는 순간 갈증을 달래줄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중물은 그 물이 깨끗한 물이건, 구정물이건, 논두렁 물이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물이 마중물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장애인이든지 비장애인이든지, 어린아이든지 어른이든지, 여자라든지 남자라든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또 다른 생명수를 다른 사람에게 선사할 수 있는 삶을 준비하는 삶을 살기만 한다면 하나님께서는 우리는 훌륭한 마중물로 사용하실 것입니다.
세상의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기 원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드리는 사람들은 마치 마중물과 같은 사람들이입니다. 이들이 어떤 삶을 사는 사람이건 이들의 섬김과 희생이 펌프에 부어짐으로 세상에 생명을 줄 수 있는 소망의 샘물을 길어 올리게 될 것입니다. 2011년에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삶이 ‘마중물’처럼 가치 있게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소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마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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