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목사의편지

09-08-11 20:57

자식을 놓고 먼저 갈 수 있는 이유

한덕진목사
댓글 0
장애인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들이 많아질수록 장애를 가지고 사는 사람의 아픔과 더불어서 그 가족의 아픔을 가슴에 품게 됩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가정의 부모님들은 장애아동을 출산하는 그 순간부터 모든 사람의 죄인으로 살아갑니다. 시부모님에게는 잘못된 며느리가 되고 동내 사람들에게는 별로 가까지 하지 못할 이상한 아이의 부모취급을 받고, 또 친구들과는 어울릴 수 도 없고, 심지어 남들 잘 가는 극장이나 식당조차 갈 수 없게 되는 저주 아닌 저주를 가지고 사는 그런 사람이 바로 장애인의 부모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말 못하고, 누워만 있는 어린아이의 장애를 인정할 수 없어서 아이를 등에 들추어 업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찾아다닌 병원만 해도 수 십 군데가 넘고, 결국 내 아들과 딸이 장애를 가지고 평생 살아야 한다는 절망적인 소리를 듣고 특수학교에 입학하고 또 십여 년을 물리치료다, 언어치료다, 인지치료다, 놀이치료다 하는 식으로 아이의 치료를 위해서 훌쩍 날려 보내 버립니다.
그러다보면 장애를 가진 자녀는 어느 덧 성장해서 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고, 부모는 더 이상 장애를 가진 자식과 함께 할 수 없는 때가 올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게 됩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어떤 가족도 부모처럼 자식을 돌봐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쯤에 그 어머니는 남편과 이야기를 합니다.
“여보 우리 죽을 때 이 아이도 함께 죽읍시다.”
그리고 어떤 부모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철수보다 내가 하루만 더 산다면 내가 소원이 없을 텐데.”
많은 부모님들은 장애를 가진 친구의 형제에게도 가족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책임지라는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나이가 든 다음에야 깨닫게 됩니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장애를 가진 형제를 책임 질 수 있을 만큼 인생이 여유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자기 한 사람 추스르기도 힘든 그런 형제에게 장애를 가진 형이나 동생이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큰 짐이라는 것을 무모는 알기에 더 이상 비장애 자녀들에게 장애를 가진 형제를 책임지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그렇게 한을 가지고 인생을 마감하게 되는 두려움을 가지게 됩니다.
아마도 지금 나는 너무나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지금 이 종이 위에 써 내려가고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절망에 사로잡힌 부모님들을 종종 만나곤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평안밀알선교단의 미래를 결정하는 “2014 밀알 비상 프로젝트의 밤”이 있었습니다. 이 밤에 우리는 모든 사역자들과 함께 ‘사람들이 기대하는 밀알은 어떤 곳일까?’라는 주제의 토론을 했는데, 이 토론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매우 당연하지만 의미 있는 밀알의 미래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을 말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한 사역자가 적어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평안밀알은 장애인의 부모님이 안심하고 먼저 눈을 감을 수 있는 기관이 되자.’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바로 그것이다. 바로 그게 하나님의 사랑이다.’라는 감탄을 했습니다.
밀알이 이 세상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모든 장애인이 행복해지는 그것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부모님이 안심하고 자녀를 맞기고 세상을 떠날 수 있는 기관이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미래의 밀알은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가장 큰 행복을 선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장애부모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한 마디를 쓰라고 한다면 나는 자신 있게 ‘자식을 놓고 먼저 하늘나라로 갈 수 있는 이유는 밀알 때문입니다.’라고 분명하게 적을 것입니다.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이사야 49장 15절>




img44.gif김정숙: 평안밀알!그리고,한 덕진 목사님,이 혜진 전도사님,사역하시는 모든 선생님들.....고맙습니다,사랑 합니다.!! [08/29]

젊은목사의편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0 한국밀알선교단 30년의 소회 인기글 관심시작 09.10.19 3463
49 마음만은 도둑 맞지 마세요 인기글 관심시작 09.09.15 3576
» 자식을 놓고 먼저 갈 수 있는 이유 인기글 한덕진목사 09.08.11 3830
47 인생의 지도를 그려봅시다. 인기글 한덕진목사 09.07.17 3673
46 예수를 위해서 종이 되는 거룩함 인기글 한덕진목사 09.06.18 3641
45 부모가 부르는 ‘스승의 은혜’ 인기글 관심시작 09.05.18 4593
44 장애인의 날을 생각하면서 인기글 관심시작 09.04.21 3628
43 나 여기 그와 함께 앉아 있소. 인기글 관심시작 09.03.18 3663
42 밀알 자랑 인기글 한덕진목사 09.02.15 3636
게시물 검색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