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목사의편지

09-04-21 12:59

장애인의 날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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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고, 4월 20일을 전후로 한 두 주일을 한국교회가 장애인선교주일로 지키고 있다. 얼마 전 밀알의 집 식구들과 나는 장애인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어떤 교회로 출석하면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새로운 교회를 찾아 나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교회에서 한꺼번에 많은 장애인들이 옮겨가는 것을 달갑게 여길지와 또 우리 식구들이 그 교회에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이 교회를 옮기도록 말씀하실 때, 우리 밀알의 집 식구들과 상의를 했다.
‘우리 집에서 그냥 우리끼리 편하게 예배드릴까? 아니면 지역의 교회에 출석해서 그 교회의 교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릴까?’하고 우리 식구들에게 물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 식구들은 우리끼리 보다는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싶다고 말했고, 나는 현재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 우리 식구의 뜻을 전했고, 지금 그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우리 식구들은 참 잘 적응하고 있다.(자기들 생각에....)
하지만 나와 우리 아내에게는 예배시간이 바늘 방석일 때가 많이 있음을 고백한다. 우리 친구들은 교회의 예배를 기뻐하고, 함께 찬양하는 것을 즐거워 하고, 목사님 말씀을 듣는 것을 기뻐한다. 문제는 우리친구들의 장애의 특성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자폐장애를 가진 친구, 지적장애를 가진 친구, 여기에 틱을 가지고 있는 친구, 남의 물건을 자기 주머니에 집어넣는 친구 등 10명의 식구가 예배하는데 각자의 개성이 너무 강해서 예배시간에 친구들을 챙기다보면 그냥 1시간이 지나가기 일수이다.
대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시간은 가장 경건한 시간이다. 찬양과 기도, 그리고 목사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에는 모든 성도들이 집중해서 목사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이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친구들은 전혀없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친구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 친구는 말씀과 기도와 설교 중에도 이상한 소리를 지르고, 한 친구는 목사님의 말씀 중에 몸을 앞뒤 좌우로 왔다갔다하고, 또 한 친구는 옆에 있는 성도에게 말씀 중에 악수를 청하고 또 목사님의 기도를 따라하는 등 많은 성도들이 예배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전문가들이다.
사실 나는 우리 장애 식구들이 밀알에서 예배할 때 가장 편안한 마음이다. 왜냐하면 밀알의 예배에는 이보다 더한 형제 자매들도 많이 있고, 또 떠들썩하고 집중되지 않을지라도 그 예배를 드리는 모든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서 자유하기 때문에 누구도 그것을 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교회의 성도들에게 있어서는 장애인들의 이른 모습들이 너무나 어색하고, 당황스럽게하는 것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때로는 보호자인 한목사가 원망스럽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밀알에서는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하지 않는다. 밀알의 그저 장애인과 함께 있을뿐이고 그저 우리끼리 행복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밀알이 아닌 일반교회에서는 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필요로한다. 대개의 많은 성도들은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잘 몰라서 장애인들을 배려하지 못하거나 함께 예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교회에 출석한 지 몇 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가끔 교회의 성도들에게 송구스러움을 표현한다.
얼마 전 “우리 식구들이 너무 정신 없게 해서 예배에 방해가 많이 되지요. 죄송해요....”라고 어느 성도에게 말을 건넸다. 그 때 그 성도가 하는 말이....
“목사님 왜 그런 생각을 하세요. 나는 너무 좋습니다. 그런 말씀마세요.”
너무 감사한 말씀이었다.
어떤 성도는 밀알의집 식구들이 10명이나 함께 예배를 드려서 얼마나 좋은데요라고 말씀하기도 하고, 또 어떤 성도에게는 이 교회로 출석하게 된 동기가 밀알의 장애인들이 교회에서 함께 예배하는 것에 감동을 받아서 라고 하는 말을 듣기도 한다.
장애인을 생각하는 주간을 맞이해서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이렇게 장애인들을 마음의 중심으로 환영한다면 우리의 장애인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통해서 삶의 기쁨을 회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그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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