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2-20 21:10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거야
『담장을 허무는 엄마들』중 배하영 어머니의 글입니다
성우야, 너랑 나랑 같이 지낸 지도 벌써 8년이란 세월이 지났구나.
세상에 갓 태어나서 세 살이 되기까지 엄마의 눈에 비친 너의 모습은 행복, 즐거움, 기쁨, 귀여움으로 가득한 사랑스런 아이였단다. 그토록 건강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와서 잘 자라준 너의 모습을 엄마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단다. 씩씩한 사내아이로 극성스럽게 뛰어놀던 너의 모습이 눈앞에 삼삼하단다, 넌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 이렇게 말 한마디 못하고 긴 세월을 살아야 할 것을 예감이라도 한 듯 쉼 없이 재잘거리던 너의 목소리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엄마의 기억 저편에 고스란히 자리잡고 있단다.
넌 정말 그 많던 어린 시설의 기억들을 다 잃어버린 거니? 아니면, 지금 너의 모습에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말하지 않기로 한거니? 사실, 엄마는 성우가 세 살까지 경험한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렸다는 마음에 원망도 많이 했는데, 그 원망까지도 웃음으로 받아주던 너의 천사같은 모습이 엄마를 몹시도 부끄럽게 할 때가 많단다.
성우야! 미록 지금은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뛰어다니지도 못하고 음식도 잘 먹을 수 없는, 온통 못하는 것 투성이지만 ‘기적이란 이런거다’ 하고 너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있단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널 보면 엄마의 가슴은 너무나 아픈데 너의 아픔을 대신할 수는 없구나. 너 대신 아플 수만 있다면, 그래서 네가 예전처럼 건강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픈 너를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하지만 네가 내 곁에 있는 것으로 만족하라 하는구나. 지나온 많은 시간들이 예전의 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하고 인정하게 하지만, 아픈 아이를 둔 모든 엄마의 바람처럼 나도 기적이라는 걸 바라고 있었나 보다.
짧지 않은 시간, 세월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모두 다 잊고 지금 이대로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 잡아 가는구나. 마음에서 욕심을 버리니 너의 숨소리를 듣는 것도 감사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어김없이 밝아오는 새 날과 함께 너로 인해 바쁘게 돌아가는 엄마의 일상도 감사하단다.
성우야, 사랑하는 나의 아들 성우야! 엄마가 넌 항상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했지? 비록 말은 하지 않지만 마음으로는 다 알 거라고 믿어, 아빠가 바빠서 잘 놀아주지 못하지만 항상 너를 사랑한다는 걸 기억하기 바란다. 널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아바 파이팅! 오늘도 씩씩하게 치료하고 있는 성우도 파이팅!
“사랑한다, 사랑한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말이 어디 있겠니? 아빠 엄마 동생 모두 우리 성우를 사랑하고,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너의 미로는 우리 가족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랴.
성우야 사랑해! 성우야 사랑한다!
장애아의 엄마로 산다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잘 자라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장애아가 되었을 때의 충격은 어쩌면 태어날 때 장애를 입거나 선천성 장애로 힘들어하는 엄마들보다 더 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성우가 겪어야하는 중도장애! 말만으로도 참 가슴이 아프네요. 성우를 잘 키우고 있는 성우 엄마에게 더욱더 힘내서 성우를 돌보길 바라는 격려와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장애전담 푸른나무어린이집에서는 장애아동 조기재활교육과 치료을 위하여 치료도구 및 교육 기자재 등을 후원할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문의 031. 654. 6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