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06-10-16 13:55

실습 소감문이에요.

안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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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아닌 어울림으로...........>

멋모르던 중학생 시절엔 수화를 예쁘게 하는 대학생 언니가 사회복지학과라는 이유로..직장인이 된 이후에는 언어치료사로 근무하는 복지관에서 소외된 이웃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사회복지를 하겠다고 다짐했던 때가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은 언어치료사로서 만나는 아동들에 국한되어 있었고 치료사의 신분으로 사회복지사로써 할 수 있는 일도 그리 구체적이지는 않았었다.
비록 실습이지만 친구가 있는 기관을 알게 되어서 성인 장애인분들과 함께 생활하는 밀알의 집을 알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2달 동안 실습생이란 신분으로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처음 만나보는 성인 장애인들, 처음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무작정 칭찬하기, 부탁은 다 들어주기 등의 작전(?)을 펼치며 나름대로 이들과의 친분을 쌓으려 했다. 잘 걷지 못하는 형제에겐 무조건 손을 잡아주려 했고, 음식은 먹고 싶은 만큼 다 먹을 수 있도록 하였다. 나 스스로 이들의 능력을 한계지어 ‘학습’이라는, 혹은 ‘재활’이라는 개념은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밀알의 집 간사님들의 모습을 통해 나의 이러한 행동이 진정으로 이들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밀알의 집은 이용자들의 휴식 공간만이 아니라 그들 개개인이 각자의 능력 범위 안에서 독립적으로 온전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주위의 선생님들이나 가족들은 장애인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것이 힘들고 피곤하지 않냐고 많이 물어본다. 그러나 함께하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형제들에게 내가 주는 것보다 형제들에게 내가 받는 기쁨이 훨씬 많다는 것을 느꼈다.
금요일 저녁에 가면 반갑게 인사하는 식구들...인사성이 너무 밝은 승현이..아직도 생각난다. “안은정 선생님. 안녕하세요!” 지금도 옆에서 인사하는 듯하다. 식사 시간에 맛있게 먹으라는 인사해주는 식구도 있고, 금요일 저녁에 버스 내리는 곳에 마중도 나와 주고... 한 명 한 명과 아무 이익계산 없이 친밀해 질 수 있음을 깨달았으며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진실한 마음을 서로가 나눌 수 있었기에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더욱 아쉽게 다가왔다.
밀알의 집에 오기 전 나는 ‘내가 가진 것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줘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내 마음엔 ‘도움’이 아닌 ‘어울림’이라는 단어가 더 와 닿는다. 장애인들과 어떠한 편견 없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귀한 시간을 보낸 밀알의 집에서 두 달은 내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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