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09-08-06 11:24

한 비장애인의 멋쩍은 일고(一顧) 수정본

강상국
댓글 0
한 비장애인의 멋쩍은 일고(一顧)

비장애인으로서의 나는, 장애인 가족을 둠으로 인해 겪고 사는 부당하고 아픈 사례를 접할 때마다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을 금치 못한다. 우리 사회에 여러 잘못된 단면이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극심한 독소가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이처럼 서글픈 현실을 지적하고 짚어봄으로써 뼈아픈 각성을 통해 크고 작은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시도이다.

남이 나보다 조금만 못하면 쉽사리 무시하고, 무엇인가 약간만 다르다 싶으면 저 멀리 따돌리며 사는 행태가 도대체 어디로부터 나온 병폐일까? 물론 인간의 부패성이 그 까닭이지만 이런 심각한 행각들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다. 불행히도 한결같이 나의 우월한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남 괴롭히기를 다반사로 여기는 풍토. 기실 장애인을 도외시하는 일 또한 여기에 기인한다.

예컨대 창조주의 선물인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쯤으로 여기며 함부로 대하고,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종처럼 부려도 된다며 천대를 당연시하는가 하면, 상사는 부하직원을 일개 하수인쯤으로 아는 잘못된 인간관계가 그것이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너무나 일상처럼 이것저것을 가리지 않고 자그마한 빌미만 보일라치면 득달같이 이쪽저쪽으로 편가르기를 즐긴다. 그리고 저마다 어떤 집단에서든지 군림하기를 좋아한다.

세상 천지 어디를 둘러봐도 대한민국처럼 모든 대인간의 관계를 종속적으로 파악하려는 예가 없다. 힘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남에게 베풀고 배려하라는 막중한 책임에 불과하다. 제도에 의해 주어졌든 천부적으로 타고났든 모름지기 권력이란 그 자리를 이용해 아랫사람을 괴롭혀도 좋다는 허울좋은 허가장이 절대 아닌 것이다. 어디까지나 더불어 잘 다스리라고 특별히 부여받은 한시적 권한일 뿐이다.

교통사고율을 비롯한 여타 부분에서 부끄러운 상위권이 많지만, 특히 장애인복지 측면은 우리 사회의 뒤떨어진 후진적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심각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아니 어떤 근거에서 장애인학교가 동네 가운데 들어서면 집 값이 떨어지고 자녀교육상 좋지 않다는 말인가? 참으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 나머지 어안이 벙벙하기까지 하다.

이성을 잃어도 유분수지 인식의 정도가 이쯤 되면 이는 실상 정신병이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주거지에 학교가 들어서면 그만큼 주위가 가지런해질뿐더러 공간이 넓어짐은 물론, 아이들 교육상에도 자연스런 통합교육의 장(場)이 열리는 셈이 아닌가? 이 얼마나 바람직한 상호보완의 교향악인가! 무슨 권리와 낯으로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 가슴에 그처럼 무지막지하게 못질을 해댈 수 있단 말인가!

설령 내 아이에게 장애가 없어서 한평생을 홀가분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이는 그런 자신의 처지에 무한히 감사하며 그렇지 못한 남의 입장을 조용히 헤아리면서 그들을 힘껏 도와야 마땅할 일이지, 어찌 자신의 입장만을 두둔하고 으스대며 한껏 뻐길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더욱이 이는 함께 살아가는 마당에 해도 좋고 안 하면 그만인 선택사양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하시라. 적어도 건전한 사고를 지닌 교양인이라면 말이다.

따라서 장애인을 보면 비록 내가 좀 손해를 볼지라도 가능한 한 다른 일에 우선하여 그들을 배려하는 일에 마땅히 동참해야 한다. 그것이 사람의 도리이고 옳게 사는 길이다.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일이야말로 험난한 고행이다. 여건이 닿는 데까지 그때마다 물심양면으로 그 분들을 도와 드리지는 못할망정, 겉으로 보아 성하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무슨 대단한 권세가 있고 유세를 부리듯 열심히 살려하는 분들의 앞길을 막아서야 되겠는가?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을 원천적으로 방해하는 행위에 속한다.

장애는 절대 어떠한 수치일 수도, 경멸의 대상일 수도 없다. 그냥 자연스러운 인간의 뭇 군상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리 모두가 예외 없이 예비 장애인들이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어느 누군들 예기치 않은 사고로부터 홀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이를 전적으로 부인하는 자야말로 제 잘난 맛에 살아가는 거만한 자들이라고 보아 틀림없을 것이다.

장애인을 두고 레오 버스카글리아는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에서 이렇게 말한다.

"장애자는 그 자신이 인간이다. 모든 것에 소속되지 않는다. 그 사람은 그가 소유한 자다. 장애자는 각자 다른 사람이다. 그의 장애는 다른 사람의 편리를 위한 것이다. 그는 독특한 존재다. 정신지체아일수록 모두가 다르다. 장애인은 먼저 인간이고 그 다음이 장애자다.

그들은 비장애인과 실현가능성은 똑같은데 자기 방식대로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실수는 인간에게는 누구라도 더 이상 잘 할 수가 없을 때 일어나는 것이다. 그들의 견디는 표정은 진지하다. 견디는 능력이 낮을 따름이다. 그들은 자신의 도구로만이 자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우리처럼 오욕칠정을 소유하고 있다.

장애자만이 그들의 세계에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을 향하여 무언가 더 해낼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들은 인생의 기타줄을 튜닝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도 삶을 말할 자격이 있다. 평화롭다고, 즐겁다고, 또 사랑스럽다고 말이다. 따라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본질과 현상은 결국엔 마찬가지다."

참으로 내게 엄청난 통찰을 주는 뜨거운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이 땅에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 아니 '특수교육 요구대상인'을 향하여 할 말이란 많지 않다. 그만큼 그들이 당하는 고통에 반해 우리가 누리는 부분이 과분한 것이다. 가진 자는 빚진 자다. 그래서 그들은 베풀어야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아울러 성경은 말씀한다. 날 때부터 소경인 자마저 창조주의 영광을 드높이기 위하여 그리 태어났노라고.



"예수께서 길 가실 때에 날 때부터 소경된 사람을 보신지라. 제자들이 물어 가로되, 랍비여 이 사람이 소경으로 난 것이 뉘 죄로 인함이오니이까, 자기오니이까, 그 부모오니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가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니라." -요한복음 9:1~3-



진실로 그러하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어떤 사람이든 각자에게는 주어진 달란트가 있고 사명이 있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를 침해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우리의 멀쩡한 팔다리는 전연 자랑거리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도처에서 보아오고 있지 않은가? 지체가 부자유한 이들 앞에 미안할 만큼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비장애인의 처량한 모습들을!

장애인은 우리 비장애인과 똑같이 생각하고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존재다. 어떤 면에서는 그들은 더욱 존중받아 타당할 상대다. 그들에게는 장애를 지녔기에 사회로부터 좀더 편리를 제공받아야 할 정당한 권리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장애인을 먼저 배려해야 하는 까닭은 순전히 비장애인을 위주로 이루어진 각종 시설과 제도 속에서 그들의 몫까지 더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이를 몸소 개선하여 실천해 보일 곳이 다름 아닌 정부다. 우선은 법으로 제정된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부터 하루빨리 지켜야 한다. 이것이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의 당위적 책무라고 본다. 그러나 어찌 그 일이 어느 한 곳만의 책임이라고만 몰아붙일 수 있으랴. 사회 각계각층에서 지도자들부터 솔선하고 수범할 부분인 것이다.

오늘도 우리 곁에는 국외(局外)를 떠돌며 온갖 냉대와 멸시를 견디며 살아가는 소외자가 있음을 잊지 말자. 특별한 교육과 환경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 그들의 영육(靈肉)이 편리하게 여기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예로부터 장애인에 대해 잘못 형성된 고정관념과 편견이 일개인의 건전한 사고를 좀먹고, 급기야는 나라전체를 망치게 될 주범임을 다같이 마음속 깊이 인지할 때다. (평안밀알지 이야기난 / 2002.1.24)




img44.gif강상국: 수정해서 다시 올렸습니다. 기존에 읽었던 분들은 다시 읽어주세요... [08/11]

img44.gif강상국: 한광고등학교 국어교사 조하식 수필가의 글 [08/11]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6 장애아동 토탈서비스를 향하여.... 인기글 관심시작 07.04.21 3897
215 평택시의 어린이 날 행사 인기글 밀알 06.05.01 3899
214 가족모임을 갔다와서...-박천희- 인기글 밀알의 열정팬 박천희 09.07.16 3899
213 내 마음 봄났다 인기글 김은규 10.03.18 3899
212 평안 인기글 이무욱 05.12.13 3900
211 ‘장애인주일’도 기념 주일입니다~~ 인기글 박세준 09.04.21 3902
210 일일찻집에 초대합니다 인기글 정은정 09.06.01 3903
» 한 비장애인의 멋쩍은 일고(一顧) 수정본 인기글 강상국 09.08.06 3906
208 장애인차량 하이패스, 내년 2월부터 이용 인기글 나영환 09.10.13 3911
게시물 검색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