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목사의편지

17-05-23 00:48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는 또 다른 땅

한덕진
댓글 0
Atachment
첨부파일 DATE : 2017-05-23 00:48:19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는 또 다른 땅

한덕진목사

얼마 전 베트남 북쪽 수도의 하노이라는 도시 근교에 있는 빙푹성에 있는 평안밀알의 베트남 지부에 다녀왔다. 우리는 베트남의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로 된 책을 전달해주었다. 이어서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고 빙푹성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 생활시설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기관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베트남은 경제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에 방치되어 있었고 장애인들은 사회적인 관심에서 벗어난 극빈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120만명이 살고 있는 도시에 지어진 번듯한 외관의 복지시설을 방문했다. 이 시설은 베트남의 정부가 건축해서 장애인과 노인과 고아들이 함께 생활하는 시설이었다. 베트남의 사역자의 말에 의하면 이 시설의 정원은 350명이었지만 현재의 인원은 불과 100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나는 120만 도시에서 이곳에 들어와서 살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적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그 이유를 물었다. 사실 그 이유는 정부에서 책정한 예산이 부족해서 더 이상의 사람들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었다. 3년 전 150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3년 사이에 50명이 감축됐고, 이제 들어오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도 받아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시설을 견학하여 이곳의 공무원으로서 관장을 하고 있는 책임자를 만나서 선물을 전하고 이 시설의 애로점을 청취하고 난 후 시설을 라운딩하는 시간을 가졌다. 화려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시설의 각 방들은 비위생적이었고, 코끝을 찌르는 특유의 냄새는 이 시설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할 만 한 것이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이 시설을 방문하고, 빙푹성의 사역지를 돌아보는 내내 이 지역의 사복경찰이 우리와 동행을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부분에 대해서 상세히 기록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록은 상급부서에 보고가 되기 때문에 관련된 사람들은 정부에 대해서 함부로 불평을 하거나 비난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이렇게 조심스럽게 그들이 소개해주고 안내해주는 곳을 찾아 방문하게 되었다.

그 후 우리는 빙푹의 한 시골집에 사는 재가장애인의 가정에서 장애를 가진 특별한 친구를 만났다. 나이는 23세쯤 되었고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고, 머리는 세련되게 손질했으며 팔목에는 타투를 한 친구였다. 이 친구는 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있었는데 혼자서는 움직일 수가 없어서 네 발 달린 플라스틱 의자를 자신의 키에 맞게 잘라서 의자와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시골의 민가에서 홀로 살지만 밝은 얼굴의 친구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호기심과 기대가 발동했다.

너의 꿈은 뭐니?’라는 질문에 자신은 가능하다면 전기 기술자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 친구의 손에 들려져 있는 것들이 그 친구의 호기심을 대변하는 것이었기에 정말 그런 꿈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혼자서는 걸을 수 없는 친구였기에 이런 꿈이 이루어지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똑똑함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물었다. ‘그럼 너는 전기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네? 공부는 어디까지 했어?’라고.....

이어서 나에게 돌아온 말은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선교사님의 이야기가 이 친구는 태어나서 한 번도 학교에 가본 적이 없어요.’라는 것이었다. 내 눈에 보기에는 정말 가능성 있는 친구였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만큼 똑똑해 보이는 친구였다. 그런데 그는 베트남의 멀지 않는 시골에 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어나서 한 번도 학교에 가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는 혼자서는 바깥 외출을 할 수 없는 친구였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만약 지금의 한국 땅이었다면 그리고 그가 여기에 살고 있었다면 그는 전기 기술자로서 무엇인가를 설치하는 기사가 되지는 못했더라고 자신의 꿈을 위해서 발버둥 쳐 볼 수는 있었으리라 생각을 하니 내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소외된 그 땅에서 그는 발버둥 칠 수 없었다. 어머니와 가족들은 그 친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장애라는 것은 그에게 낙인이 되어서 그가 가진 가능성마저 보지 못하게 해 버린 것이었다.

오히려 장애가 너무나도 심한 사람을 만났으면 장애가 너무나도 심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으리라 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 조금만 도와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수 있고 그것을 꿈꾸는 사람이었기에 마음의 먹먹함은 더했었던 것 같다. 이런 환경이라면 더 심한 장애인들의 삶은 과연 어떨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시간 베트남의 땅을 다녀오면서 꿈을 꾸는 자유를 소유한 한 장애인과의 만남을 통해서 꿈을 꾸는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꿈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는 고통스러운 말을 해야만 한다. 보다 소외되고 고통의 상황에 방치된 그들을 향한 주님의 사랑이 보다 잘 흘러갔으면 좋겠다. 

젊은목사의편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40 ○ 평안밀알복지재단 이사장 / 사단법인 세븐앤투웰브 대표이사 한덕진 목사 특별인터뷰 관리자 23.03.13 345
139 장애인 중에서 소외된 장애인들에 대해서 한덕진 22.04.20 672
138 장애인을 품는 교회를 향하여 한덕진 22.04.01 722
137 희망을 노래하는 잔인한 달 4월 한덕진 22.03.31 751
136 작은 발버둥 한덕진 22.01.22 765
135 섬김의 자리를 사수하기! 첨부파일 한덕진 21.07.29 960
134 평안밀알복지재단 15주년에 강제 휴가 명령서 첨부파일 한덕진 21.04.14 1071
133 소박한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날 첨부파일 한덕진 21.01.24 1077
132 6살짜리 대전밀알을 만나다. 첨부파일 한덕진 20.08.08 1359
게시물 검색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위로 가기